휴가 나온 아들이 낡은 책 하나를 들고 나와 어디가 좋아 읽기를 권했는지 물어온다.
글쎄, 내가 저 책을 통해 아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? 저자 랑케는 서구세계 최대의 사상혁명이라는 역사주의를 주도했고, 모든 역사와 문화는 로마로 들어갔다가 로마에서 다시 흘러나왔다는 실증적 역사관을 제시해 추앙받던 인물인데.
아들은 내가 그 책에서 느꼈던 감동을 선뜻 공감하지 못한 표정이다.
그렇다면 아들과의 생각의 차이가 그저 책 한 권에 머문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.